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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여행

그린델발트에서의 마지막: 33번 코스와 안개 속의 트래킹 ('23.6.10)

by yoyopapa 2025. 1. 28.

스위스 알프스 마지막 일정: 그린델발트에서 33번 트래킹 코스(멘리헨-클라이네샤이덱) 도전, 안개 속의 운치, 그리고 가족과 함께 마무리한 하루 이야기

 

이번 스위스 알프스 여행도 어느덧 막바지다. 6월 10일, 그린델발트에서 머무는 마지막 날 아침, 와이프가 “멘리헨-클라이네샤이덱 33번 트래일이 전날 개방됐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사실 예전부터 36번, 37번 같은 다른 대표 코스들을 못 간 아쉬움이 있었기에, “오늘만큼은 꼭 33번 코스를 걷고 싶다!”라고 외쳤다.

 

결국 와이프와 딸은 숙소에서 쉬기로 했고, 나와 처남, 장인·장모님이 33번 트래킹을 떠났다. 안개가 짙어 우려되긴 했지만, 오히려 운치 있고 선선해서 걷기 괜찮은 날씨였다. 트래킹을 마친 뒤에는 다소 이른 시간에 숙소로 돌아와, 와이프와 딸이 기다리는 그린델발트 마을 곳곳을 잠깐 더 둘러보고, 내일 밀라노 이동을 준비했다.

 

1. “가고 싶다!” 33번 코스: 멘리헨 → 클라이네샤이덱

멘리헨에서 33번 코스 앞에 선 장인장모님. 이미 포스는 알프스트래킹 경험자의 아우라가 묻어난다.

 

- 33번 코스(멘리헨-클라이네샤이덱)의 매력

 출발지: 멘리헨(Männlichen)

 도착지: 클라이네 샤이덱(Kleine Scheidegg)

 거리: 약 4.7km

 소요시간: 약 1.5~2시간 (대부분 평탄 또는 내리막)

 특징: “파노라마 트레일”로도 불리며, 아이거·묀히·융프라우 봉우리를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쉬운 코스

 

여기도 산좋고 물좋은 코스에는 약수물이 국룰인가 보다.

 

37번, 아이거 트레일, 피르스트~바흐알프제 등 다양한 코스를 이미 경험해봤지만, 33번만큼은 왠지 꼭 걷고 싶었다. 안개가 잔뜩 끼어 있어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풍경이 살짝살짝 얼굴을 드러내는 모습이 오히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2. 안개 속 트레킹: 예상 밖의 운치

 

안개가 모든 풍경을 집어삼키는 순간. 안개가 걷히는 듯 하다 짙게 두리우다 어느 순간 물러간다.

 

멘리헨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때부터 창밖이 뿌옇게 보였다. “오늘 제대로 보이려나?” 하는 걱정이 있었으나, 막상 걸어보니 두꺼운 안개 사이로 살짝 열리는 산자락 풍경이 신비롭게 다가왔다.

 

 중간중간 만난 야생화

알프스 야생화가 흐릿한 시야 속에서도 선명하게 피어 있어, 사진으로 담아두기 좋았다.

 

절벽에 군데군데 피어 있는 야생화. 사진으로 잘 담지 못했지만, 실제로는 매우 색깔도 진하고 아름답다.

 

다시 안개가 물러나고 마친 선물 처럼 파노라믹 뷰를 선물해준다. 아쉽게도 설산 풍경을 시원하게 선물해주지는 않았다.

 

 가족과의 대화

장인·장모님은 어제(6월 9일) 웽엔~라우터브루넨 트래킹을 다녀오셨기에, “안개 낀 풍경도 좋네!”라고 말씀하시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즐거워하셨다. 하지만 코스가 너무 짧다면서 아쉬워하기도 하셨다.

 

짙은 구름은 설산의 풍광을 끝까지 감춘다.

 

 체력 분산

대부분 내리막길이라 큰 무리 없이 1시간 30분 정도 걸어 클라이네 샤이덱에 도착했다.

 

멀리서 보이는 클라이네샤이덱 역

3. 일찍 숙소로 컴백, 그리고 그린델발트의 마지막 오후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우리는 바로 그린델발트 행 기차에 올라탔다. 시간이 조금 애매한 편이라, 차라리 조금 더 여유롭게 ‘마을 산책’을 즐기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 딸과 함께 그린델발트 교회 방문

 

숙소로 돌아오니 딸이 “심심해!”라며 삐쳤다. 그래서 바로 딸 손을 잡고 그린델발트의 작은 교회로 향했다. 고즈넉한 동네 풍경과 함께, 교회 앞 정원을 거니는 게 의외로 아이에게도 신선한 경험이 되었나 보다.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풍경이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그린델발트의 조용한 교회. 신기하게도 나무 문이지만 사람이 접근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4. 내일은 밀라노! 마지막 짐 정리 & 기분 정리

 

오후 늦게 숙소에 돌아와서는 밀라노로 이동할 준비를 했다. 트래킹 장비를 정리하고, 아기짐 등을 가방에 차곡차곡 챙기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린델발트에서의 시간은 순식간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강행군을 했던 날도 있고, 중간중간 쉬어가는 날도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마지막에는 내가 가고 싶었던 33번 코스까지 마침내 체험했으니, 더할 나위 없는 마무리였다.

 

5. 팁(Tips)

 

 안개가 낀 날씨에서도 트래킹 가능: 선선하고 시야가 부분적으로 열려 운치 있음

 미리 날씨 확인: 우비·방수재킷 챙기면 갑작스러운 비에도 대처 가능

 가벼운 간식 추천: 코스가 길지 않으니 초콜릿바나 물 정도면 충분

 짧고 쉬운 코스(약 4.7km)라 산행 초보자도 도전 가능

 클라이네 샤이덱 도착 후 기차역이 바로 연결돼 편리

 신비로운 안개 풍경이 주는 색다른 감동

 시원한 전경(아이거, 묀히, 융프라우)을 못 볼 수도 있음(안개 심할 때)

 케이블카역 화장실·휴게실 등: 고산지대지만 기본 편의시설 잘 갖춰져 있음

 클라이네 샤이덱 식당·기념품 숍: 간단한 점심 해결이나 기념품 구입 가능

 그린델발트 교회: 마을 중심부에 위치, 사람이 없고 한적함

 

6. 총평 & 다음 여정

 

이렇게 6월 10일은 33번 코스에 대한 오랜 바람을 이룬 날이었다. 안개 낀 산길이 주는 몽환적인 아름다움도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무사히 마을로 돌아와 아이와 함께 교회를 둘러보며 그린델발트의 마지막 오후를 만끽했다.

 

내일 아침에는 렌트카로 이탈리아 밀라노로 넘어갈 예정. 스위스 알프스의 설레는 기억과 함께, 또 다른 문화와 풍경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이로써 그린델발트에서의 여행은 사실상 끝이지만, 남은 이야기들도 아직 많다. 이제 여행의 3분의 1을 끝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