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에서 맞이한 첫 아침
6월 12일, 밀라노에서 맞이한 첫 아침. 스위스의 깨끗한 공기와는 또 다른, 역사와 세련됨이 공존하는 이탈리아 도심의 공기가 새로웠다. 이곳에서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던 중, 와이프가 아이와 함께 비토리아 엠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를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덕분에 나는 밀라노 대성당(두오모 디 밀라노)을 온전히 혼자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
밀라노 대성당: 600년의 세월을 담은 건축 걸작
밀라노 대성당은 1386년에 착공해 무려 600년에 걸쳐 완성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가톨릭 성당이다. 대성당을 마주한 순간, 섬세하게 조각된 3,400여 개의 조각상과 135개의 첨탑이 뿜어내는 웅장함에 압도되었다. "대리석 숲"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었다.
내부 탐방: 빛과 색이 만들어내는 마법
성당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압도적인 기둥과 스테인드글라스가 눈에 들어왔다. 52개의 거대한 기둥이 지탱하는 내부는 경건함 그 자체였다. 특히, 3면을 둘러싼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는 햇빛을 받아 마치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조그마한 구멍과 바닥의 해시계는 이곳이 단순한 예배 공간이 아니라, 과학과 예술이 공존하는 곳임을 보여주었다.
옥상 테라스에서 만난 밀라노
다음으로 옥상 테라스로 향했다. 고딕 양식의 뾰족한 지붕과 하나하나 정교하게 조각된 조각상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알프스까지. 도시와 자연이 한눈에 담기는 이곳은 밀라노 대성당을 찾는다면 반드시 올라봐야 할 곳이다. 루프탑에서는 마침 장인장모님과 처남을 만나 함께 감상을 나누었고, 그렇게 밀라노의 아침은 더욱 특별해졌다.
점심과 광장에서의 휴식
와이프와 아이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근처 식당에서 간단한 점심을 해결했다. 우습게도 딸래미가 스파게티와 피자를 거부하셔서 햄버거로 식사를 해결했다. 솔직히 밀라노에서 첫 외식을 햄버거로 해결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식사를 마친 후 두오모 광장에서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여유를 만끽했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이 모든 것이 상관없다는 듯 광장을 벗어나며 유모차에서 깊은 잠에 빠졌다.
운하를 따라 걷다: 나빌리오 운하
원래는 낡은 트램을 타고 이동하려 했으나, 유모차에서 잠든 아이를 깨울 수 없어 계획을 변경했다. 처남이 다음 날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라, 함께 나빌리오 운하(Naviglio Grande)까지 걸으며 마지막 저녁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 물론 연로하신 장인장모님은 와이프가 운하까지 트램을 타고 이동했다.
운하까지 도착해서 구경차 운하를 따라 걷는 동안, 밀라노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했다. 과거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설계에 기여했다는 이 운하는 과거 대리석과 물자가 이동하던 중요한 길이었지만, 현재는 감성적인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한 트렌디한 장소로 변모해 있었다. 아이가 잠에서 깬 후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해결하고 운하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며, 밀라노에서의 첫날을 마무리했다.
밀라노에서의 하루를 돌아보며
이날은 가족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밀라노를 경험한 날이었다. 나는 밀라노 대성당의 역사와 건축미를 온전히 감상했고, 와이프와 아이는 쇼핑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족이 함께 걸었던 운하는 밀라노가 가진 과거와 현재의 매력을 모두 보여주는 곳이었다.
밀라노에서의 하루는 이렇게 저물어갔고, 내일은 처남을 한국으로 보내는 날이다. 그리고 그 이외에 계획은 없다. 어떤 일정을 보낼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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