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여행

스위스 로드트립 : 인터라켄에서 브리엔츠 호수 유람선으로 여유 찾기 (‘23.6.8)

by yoyopapa 2025. 1. 22.

인터라켄 호수 유람선과 브리엔츠 마을 산책으로 여유를 즐긴 가족 여행기

 

어제 피르스트와 바흐알프제 트래킹으로 몸이 꽤 지쳤다. 그래서 오늘(6월 8일)은 느긋하게 늦잠을 자고, 인터라켄에서 호수 유람선을 타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코스를 잡았다. 결과적으로는 딸도, 장인어른과 장모님도 한결 편안해했고, 우리 부부도 호수를 바라보며 힐링할 수 있었다.

 

1. 늦잠 후, 인터라켄에서 브리엔츠 호수 유람선 탑승

아침을 늦게 시작

“오늘은 알람을 끄고 마음껏 자자.” 어제 밤 가족 모두가 합의한 덕분에, 느긋하게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숙소 창문으로 들어오는 밝은 햇살에 잠을 깼고, 딸래미도 조금 늦게 일어나서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그렇게 여유롭게 준비를 마치고 인터라켄(Interlaken) 으로 이동.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은 역시 기차였다. 딸래미는 기차를 타면 늘 창밖 풍경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는 편인데, 오늘도 마찬가지로 들뜬 모습이었다.

 

 

우리 딸래미 난생처음 타보는 유람선에 신이 났다.

 

호수 유람선 탑승

사실 인터라켄(Interlaken)은 라틴어로 ‘호수 사이’를 뜻하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이름 그대로 툰 호수(Lake Thun)와 브리엔츠 호수(Lake Brienz) 사이에 위치한 마을이다. 그만큼 인터라켄에서 호수 유람선을 타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싶다. 

인터라켄 오스트(OST)역에 내려 선착장으로 이동, 브리엔츠 호수(Brienzersee)로 가는 유람선에 올랐다. 우리 딸에게는 생애 첫 유람선이라 그런지 출발 전부터 “언제 출발해? 언제 출발해?”를 연발했다. “곧이야, 곧!” 하고 달래는 동안 딸래미가 점점 더 들뜨는 게 느껴졌다.

게다가 브리엔츠 호수의 맑고 에메랄드빛 물은 빙하가 녹으며 생기는 미네랄이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더욱 푸르게 보인다고 하는데 그 얘기를 듣고 나니 호수 빛깔이 더 예뻐 보였다. 

호수를 따라가다 보면 **기스바흐 폭포(Giessbach Falls)**가 보이기도 하는데, 폭포 아래에 19세기에 지어진 기스바흐 그랜드 호텔(Giessbach Grand Hotel)이 있어 유럽 고풍 건축물을 구경할 수 있다. 우리는 시간 관계상 내리지 않고 지나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특히 유럽피언들)은 많이 내려서 구경하는 것 같았다. 

 

2. 이젤발트(Iseltwald) 스쳐 지나가기

 

유람선이 호수를 가르며 출발하고, 가족들은 선상 갑판에서 바람을 쐬었다. 날이 흐릿하긴 했지만, 에메랄드빛 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젤발트에 접안했을 때 모습. 자세히 보면 관광객들이 대부분 한국사람이 인 것 같다.

 

- 이젤발트의 매력 & 한국 드라마 촬영지

이젤발트는 16세기에 어부들이 모여 살던 작은 마을이었는데, 요즘은 관광객이 찾는 **‘평화로운 호숫가 마을’**로 유명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2019)’ 촬영지로 유명해져, 한국인 여행객이 대거 몰리는 곳이 되었다. 우리는 일정이 타이트하기도 했고, 굳이 드라마 촬영지를 찾아다닐 계획은 없어서 배 위에서만 마을 풍경을 감상했다. 작고 아기자기한 건물들과 호수의 조화가 꽤 낭만적으로 보였다.

 

3. 브리엔츠(Brienz)에서의 점심 & Water Play Area

 

배가 종착지인 **브리엔츠(Brienz)**에 도착하자마자,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호숫가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브리엔츠는 14세기부터 목각(木刻) 공예로 유명한 마을이다. 전통적인 알프스 ‘샬레(Chalet)’와 함께, 곳곳에서 정교한 나무 조각품 가게를 볼 수 있다. 대신 우리가족들은 미리 준비한 도시락을 벤치에 앉아 먹으면서 호수를 구경하고 한가로움을 즐기는 것을 선택했다. 딸이 “아빠, 물 색이 왜 이렇게 파래?”라 물었고, “빙하가 녹아서 생긴 미네랄 때문이야”라고 알려주니 연신 신기해했다.

 

신나게 물놀이 하다가 내 휴대폰으로 우리 부부를 찍어준 딸래미. 첫 사진인데 제법 잘 나왔다. 아빠미소 엄마미소까지 잘 잡은 것 같다.

 

- Brienz Water Play Area

브리엔츠 호숫가에는 **물놀이터(Water Play Area)**가 있어서, 딸래미가 맨발로 물을 퍼 나르며 신나게 뛰어놀았다. 미끄럼틀과 작은 물길 설비가 있어서, 아이가 한참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놀이기구들이 호수를 활용해서 어떻게 동력으로 전환하는지 아이들이 즐기면서 볼 수 있게끔 되어 있어서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좋은 시설이었다. 참고로 이것과 유사하게 우리나라도 그런 시설이 있는데, 국립어린이과학관에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브리엔츠에서 봤던 시설보다 훨씬 작고 단순했다.

 

4. 돌아오는 배에서의 즐거움

 

한참 놀다 보니 돌아가는 배 시간에 맞춰 다시 선착장으로 갔다. 딸은 “배 또 탈 거야!”라며 신나했다.

 

인터라켄으로 돌아오는 유람선 갑판 아래의 놀이방. 굉장히 오래된 배였는데 놀이방이 있으리라고 생각도 못했었다. 한켠에 지쳐 누워있는 유럽 남편을 보며 육아는 어디가자 똑같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스위스 유람선에는 종종 아이들을 위한 작은 놀이 공간이 있는 경우가 있다. 장난감이나 미끄럼틀이 있어서, 아이가 배 안에서 지루해하지 않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스위스는 가족 여행에 참 친절한 나라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5. Bönigen(뵈니겐)에서 내려 산책 & 갑작스런 소나기

 

원래 인터라켄에서 내릴 예정이었지만, 뵈니겐(Bönigen) 부근이 한적해 보여 중간에 내려 마을을 좀 걸어보기로 했다.

뵈니겐은 강 하구 부근에 있어, 천천히 강을 따라 걸으면 인터라켄 방향으로 갈 수 있다.

 

한참 마을 구경을 하던 중, 갑자기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소나기가 내렸다. 우산과 우비가 있었지만, 빗줄기가 제법 굵어서 근처 버스정류장으로 대피했다. “안 되겠다, 버스를 타자”라는 장모님의 한마디에, 곧바로 인터라켄으로 이동했다.

 

6. 인터라켄으로 돌아와 기차 타고 숙소로

 

버스를 타고 인터라켄에 도착하니, 여전히 빗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딸래미도 지쳤는지 “이제 숙소 가자~”라며 투정을 부렸다.

 

인터라켄 오스트역에서 바로 그린델발트행 기차를 탔고, 저녁 무렵 숙소에 도착했다. 오늘은 강행군 없이 느긋하게 호수와 마을 풍경을 즐겼지만, 그 덕분에 몸과 마음이 다시 충전된 느낌이었다.

“물놀이터 또 가고 싶어!”라며 딸은 이미 다음번 놀이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역시 가족 여행은 속도보다 함께 누리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실감했다.

 

7. 내가 남기고 싶은 여행 팁

1. 유람선 시간표 & 왕복 계획

브리엔츠 호수 유람선(Brienzersee Ferry) 시간표를 미리 확인하고, 중간 하선 여부를 잘 계획하면 효율적입니다. 

2. 이젤발트 방문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해져 한국인 여행객이 많습니다. 마을 내부를 제대로 둘러보려면 충분한 시간을 잡거나 아예 배 위에서만 풍경을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3. 브리엔츠 & 목각 공예

목각이 유명한 마을답게, 거리를 걷다 보면 나무로 만든 아기자기한 소품을 파는 가게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관심 있다면 한두 군데 들러보세요.

4. 물놀이터 준비물

여분 옷, 수건을 챙기면 아이가 충분히 뛰어놀 수 있습니다. 우리 딸도 물놀이 하느라 옷이 많이 젖었다....

5. 느긋한 일정의 소중함

알프스의 절경을 ‘빡빡한 일정’으로만 소화하기엔 아깝습니다. 중간중간 쉬어가며 가족만의 추억을 쌓는 날을 꼭 만들어 보세요. 특히 장기 여행의 경우, 가족 중에 노약자나 아이가 있는 경우는 더 중요한 요소에요.